글/시사

노년은 내게도 온다 - 노인학대에 대해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1-12-23 13:39
조회
1173
먼동이터 오기도 전 새벽녘에 눈을 뜬노인 염씨는 TV리 모콘을 만지 작거린다. 유일하게 한국 말을 들을 수있는 친구와 같은 얼 TV에서 나오는 한국소식을 보고 싶지만,아직 단잠에서 깨지않은 아들 부부에게 방해가 될까봐 망설이고 있다. 나이가 80을 넘어서부터는 그의 귀는 점점 잘 들리지않아서 TV볼륨을 크게올려야만 겨우 알아들을 수있게 되었다. 새벽 6시반에 TV를 켜니핀치역인근 인도로 돌진한 차량으로 졸지에 목숨을 잃은 분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일 스크린을 장식하고 있다. 안타깝게 죽은 사람중에는 염노인 처럼 나이가 꽤든 중동계할 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이 땅에 살아있음에 감사를 느쪄야 할 염노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사고로 목숨을 잃고 뭇 사람의 추모를 받고있는 노인 희생자가 부러운 느낌마저 든다.

나이가 들어간다는건 아무리 미화를 한다고 해도 서글픈 인간의 실상이다. 누가 말했던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그렇다 인생은 무한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역사속에서 그야말로한 점먼지와 같은 짧은 순간에 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짧고덧없는 인생살이 속에서 우리 인간은 오늘도 천년 만년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만,인생의 막바지에다다랐을 때야비로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되는 것 같다. 건강할 때의 미있는 일을 하고,사랑할 수있을 때 전심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는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홀려 보내야 하는 것일까.

누구나 먹는 나이. 30대까지만 해도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며 친구들만나 느라 정신없이 산염노인은 시간이 빠르다는 의식을 할 틈도 없었다. 그런데 40대를 넘기면서부터 이루어놓은 것은 없는데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을 시작했다. 마치 가속 페달을 밟은 자동차처럼 시간은 가옥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노년의 삶을 지나는 사람들 곁에서 멀어져만 간다.

얼마 전염노인은 기침이 계속하다가 급기야 폐렴으로 진전되어 병원 응급실신세를 져야만 했다. 앰블런스에 실려 병원에 들어가니의 사들은 그의 가족들에게 염노인이 얼마 살 것같지않으니 준비하라는 식의 말을 했다. TV소리는 잘 안들리는데 병원 응급실에서는 혼수상태에서도 그런 말은 왜 그리도 잘 들리는 지. . . 심장이 멎으면 전기 충격요법을 사용할 것인지,호흡이 멈추면 입을 통해 폐부 깊숙이 관을 집어놓고 인공 호흡을 시킬 것인지 결정하라고 의사들은 염노인의 가족들에게다그치고 있다. 아! 이제 정말 죽나 보다. 가족들이 회의 끝에 어차피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전기 충격요법이나 튜브인공 호홉을 하지않겠다는 각서를 가족들이 써주고난뒤에 염노인은 중환자실에 배치되었다.

이제 정말 가야하나?

의사와 가족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염노인은 이제 더이상 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내용이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이젠죽을 사람이라고 단정을 했는지 병원에서는 기본적으로 놔주는 링거액말고는 염노인의 소생을 위해 해주는 특별한 처치는 없었다. 옆방에도 노환으로 입원한 외국 노인들이 여럿 있었다. 그나마염노인은 아들딸과 사위가 번갈아가며 병상을 지켜주고있었기 때문에 보호자가 "가래를 빼달라”등의 요구를 여러 번 하면 간호사들이와서 해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은 하늘의 섭리다”는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아무도 세상에 오는 때와 세상을 떠나는 때를 스스로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약함과외로 움은 먼 나라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너나 할 것없이 언젠가는 반드시 맞이해야 할 현실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약해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그동안 쌓아온 인간 관계가 점차 멀어져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건강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정도라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는 왕 금기의 노년을 보낼 수 있겠지만,모든 사람이 그런 환상적인 노년을 보낼 형편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늙어가면서 경제 활동을 중단한 노년 세대는 점점 생활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나고,사회적인 활동과 인간 관계가 희미해져 간다는 사실에 있다.

"내가 외로울 때 내 곁에서 위로해줄 사람은 누구일까? ”이질문에 대한 해답은 노년 세대당사자 뿐만 아니라,가족과 친지는 물론 사회와 국가 전체가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해서 내놓아야 할 과제다. 오죽하면‘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거는 사회복지 국가 영국에서 최근에 고독부장관(minister of loneliness)를 임명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외로움은 음주나 음 연보다 위험한 질병이며,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위험하다고 그랬을까. 외로움은 나이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노년의 외로움은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

문제는 노년 세대가 갖는 외로움을 치유하기 이전에 노인에 대해 알게모르게 가해지는 학대를 예방하는 것이 급선무다. 꼭 무슨 육체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만 학대가 아니다. 노인 학대는 유무형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부모를 봉양한답시고 자랑하면서,실제로는 어둡고 침침한 방구석에 틀어박히게 한다거나, 노인이 무슨 인생의 거추장스러운 존재나 되는 것처럼 방치하는 일은,말을 안해서 그렇지,매우 흔한 노인 학대중의 하나다. 노인 냄새난다고 같은 밥상에 앉지못하게 하는 것은 좀더 정도가 심한 노인 학대이며,어린 손주 손녀가 외할아버지 집안을 드나들 때도 대체할 아버지, 할머니가 존재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없는 사람취급하며 눈길한 번 주지않고 말한번 나누지않는 모습에서 노인 학대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범사회적,국가적인 차원에서 양로원을 포함한 노인 요양시설에서 일어나는‘노인 학대’문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자행되는 노인 학대문제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두고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조성진

이 글의 PDF 버젼 다운받기



토론토 한인 커뮤니티 생명의전화 상담교육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생명의전화 상담교육센터는 토론토에서 20년 이상 운영 중인 한인 커뮤니티로, 상담 및 아웃리치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니어, 청년, 청소년 분들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 및 서비스 등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무료 교육과 함께 각종 행사 등도 많으므로 함께해 주시면 감사드립니다.

프로그램 둘러보기 및 신청 - www.futfs.org
전체 0

X